2020.07.08. / 이남석 대표이사 / 전기저널, CEO 칼럼
우수한 인적자원은 있지만 좁은 국토에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만약 무역이 없었다면 오늘의 경제 성장을 이룰 수가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품질 좋고 가격경쟁력이 있는 전력을 바탕으로 중화학과 철강 산업, 이후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 등을 수출 주력 상품으로 생산하며 무역규모 면에서 세계 9위권에 오르게 됐다.
흔히 전기품질하면 정전시간, 공급전압 유지율, 주파수 유지율 등을 떠올린다. 한전에 따르면 이 지표들 모두 이미 세계 최고수준에 올라있다고 한다. 여기에 전기요금까지도 저렴하다. 그런데 생산과 즉시 소비가 이루어지는 전력의 특성상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있고 북으로는 군사분계선이 막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처럼 경쟁력 있는 전기를 세계에 수출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하지만 전기는 수출하지 못해도 전기를 생산하는 기자재는 세계 어느 곳이든지 수출할 수 있다.
전기산업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수출한 변압기, 개폐기 등 전력기자재는 130억 달러에 이른다. 그 중 가장 큰 수출 프로젝트는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 중인 바라카원전 4개 호기라 할 수 있는데 계약금액 186억 달러에 건설기간을 10년으로 볼 때 매년 약 18억 달러를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현대건설 등 시공사의 건설비가 포함된 것이지만 상업운전 이후 유지보수에 필요한 자재에 대한 공급금액은 빠진 것이다. 아마도 4개 호기를 60년간 운영할 것이므로 비록 일부는 UAE가 국산화하고 일부는 우리나라 외의 공급선을 찾는다 하더라도 원제작사가 우리나라인 기자재의 부품은 국내 기업들이 공급하게 될 것이다.
코리아누클리어파트너스(KNP, Korea Nuclear Partners)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바라카원전에 이런 예비품들을 수출하는 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한수원과 29개의 중소기업이 함께 출자해서 만들어졌다. 2015년도 창립 후 바라카원전 및 해외 발전시장에 중소기업 기자재를 수출했을 뿐만 아니라 한수원 협력중소기업들이 수출역량을 갖추게 하는 지원사업과 해외 유력바이어를 직접 만나 비즈니스 상담을 할 수 있는 시장개척단을 파견하는 사업 등을 해오고 있다.
한수원에 기자재를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은 모두 우수한 제품과 품질관리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수출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 편이다. 전체 매출액 대비 수출비중이 50%에 근접한 협력사도 있지만 전혀 없거나 미미한 협력사도 적지 않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수출할 수 있는 시스템과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국내 위주의 영업으로 어학능력을 가진 직원이 부족하고 해외로 나가기 위해 필요한 해외시장과 경쟁자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 것이 그 이유라고 여겨진다. KNP는 Korea No.1 Provider로서 중소기업들이 이런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수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표를 두고 일하고 있다.
협력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일반 기계류와 발전기자재는 주로 개발도상국 또는 후진국에 대한 수출이 많은 편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이미 산업별 Supply Chain이 형성되어 있고 사용하는 산업코드나 표준이 자국위주로 되어 있어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또 원자력산업은 국가산업으로 여겨 자국 내에 어떻게든 공급망을 가지려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제품이 우수해도 수출은 만만치 않다.
그러다보니 동남아나 아프리카, 중동 등이 주로 수출 타깃 시장이 되고 있어 그야말로 오지를 누비고 다니게 된다. 이들이야말로 우리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진정한 애국자들인 것이다. 이들이 대한민국의 좁은 국토에서 벗어나 전 세계를 우리의 경제영토로 삼아 수출을 증대시켜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이런 수출역군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찬사를 보내주고 지원해주기를 기대한다.